노멀리즘

비 오는 날 감성이 몰랑해지는 일본 애니추천 언어의 정원

마가초이 2023. 5. 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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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메의 문단속으로 더욱 인지도를 높여 가고 있는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영화 한 편 소개합니다.


[언어의 정원]이라는 2013년 한여름 개봉작으로 관객수는 8만 명 정도입니다.


영화 포스터가 초록초록해서 싱그러움을 더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린 컬러감에 끌리게 되었습니다.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아키즈키 타카오'(남주)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 '유키노 유카리'(여주)의 사랑 그 이전의 설렘(?)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만화지만 성인과 미성년자의 사랑을 절제하며 사랑 그 전의 감정선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한다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언제나 배경을 실사처럼 그려내어 성지순례지로 만들어내는 신카이마코토 감독은 언어의 정원 역시 도쿄 중심의 유명한 공원을 배경지로 하여, 도쿄 여행 시 가보고 싶게 만들어 주네요.



배경은 도쿄 중심의 신주쿠공원으로 공원이라는 배경만으로도 푸릇푸릇 싱거로움이 보는 이들로 힐링받을 수 있게 하더라고요.

비가 오는 5월 어느 날. 비가 오면 또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 즉흥적으로 등굣길에 학교가 아닌 공원으로 가는 타카오. 공원 안 정자로 향하고, 그곳에 먼저 앉아 있는 여주 유카리를 만나게 됩니다.


초콜릿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는 묘한 기운을 풍기는 유카리가 타카오는 이상하지만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자신은 구두 스케치를 하게 됩니다.
남주는 여주를 본 듯한 느낌에 말을 걸어보지만, 여주는 남주의 교복에 달린 학교 배지를 보며 봤을지도 모르겠다는 애매모호함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6월  본격적인 장마로 인해 타카오는 늘 공원으로 등교를 했고, 그곳에는 항상 유카리 그녀가 있었습니다. 비 내리는 공원의 한적함, 적막감 속에 두 사람의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서정적인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장마 덕분에 더더욱 친근해지는 서로의 관계. 타카오가 사 온 도시락도 함께 먹으며, 커피도 함께 마시며 둘만의 작은 추억과 몽글한 감정을 만들어갑니다. 차갑고 삭막한 거대한 도심 속에 공원 속 작은 정자는 서로의 따뜻한 이끌림을 만들어 주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제화공이 되겠다는 타카오의 꿈을 응원하며, 유키노는 수제신발에 관한 책을 선물하고, 유키노의 구두를 만들고 싶어 하는 타카오에게 자신의 발도 내어줍니다. 아마 이 장면이 둘의 만남 이후 첫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타카오가 다니는 학교의 국어 교사 유키노는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심적으로 힘들어 학교를 나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도 그녀를 지독히 짝사랑했던 남학생과 그런 그를 좋아하더 여학생... 어쨌든 학생들의 못된 짓에 휘말려 억울하게 된 유키노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상처받았지만 타카오라는 학생에게 위안과 설렘을 받게 된 유키노는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타카오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고향인 시코쿠 고등학교로 전근을 가게 됩니다.

타카오도 결국 자신의 학교에 선생님이란 것을 알게 되고, 사건도 알게 되지만... 유키노에 대한 마음은 풋풋한 첫사랑으로 번져갑니다.

애니는 타카오가 유키노를 위해 만들어 준 구두를 신고, 학교를 첫 출근하는 유키노의 모습으로 막을 내리지만 원작 소설은 3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그 뒷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46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소설의 방대한 양을 다 담아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영화는 최대한 남주와 여주의 시선으로 압축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누구나 학창 시절 한 번쯤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 설렘 같은 마음을 느껴보셨을 텐데요 언어의 정원도 어쩌면 교사와 제자라는 억압적 신분이라는 틀에서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풀어냅니다. 미성년자와의 설렘이라 과하지 않게 절제하며 여교사를 향한
남학생의 첫사랑을 비 오는 날 공원의 싱그러움처럼 풀어내었기에 특히 비 오는 날 멜랑꼴랑한 감성에 젖어 있을 때 따뜻한 커피와 함께 가볍게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